미국에서 보는 신종플루 이야기

2009. 10. 14. 11:55


요즘 신종플루 때문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에서, 필자가 사는 뉴져지를 중심으로, 신종플루가 가장 떠들썩했던 때는 3월에서 5월 사이 였다고 본다. 이때가 멕시코에서 신종플루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가 내려진 때였고 멕시코에서만 신종플루 (H1N1)에 의한 사망자가 1500명에 육박한다고 언론에 보도된바가 있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워낙이 글로벌화된 세계때문에 신종플루가 전세계로 확산되는건 시간문제라고 했었고 세계의 중심이라고 미국인들이 자부하는 뉴욕은 곧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미국에서도 신종플루 감염자가 속속히 발견됐다. 엄친데 덮친격 곧이어 사망자도 속출했다. 뉴욕시티, 북부 뉴져지, 남부 커네디컷 으로 이루어진 트라이스테이트에리아 (Tri-state area)가 특히나 신종플루에 대한 경보조치가 심하게 내려졌었다. 그럼 6개월정도가 지난 현재 미국에서의 신종플루 상황은 어떠할까?



(Swine Flu H1N1 Virus   출처 구글서치)


신종플루가 심하게 확산될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공장소, 특히 학교등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였고 많지는 않았으나 자녀가 학교에 등교하는것을 거부하는 부모들도 적지않아 있었다. 학교측에서 할수있는것이라고는 예방 뿐이였으니 부모가 더욱더 두려움에 떨었을만하다. 시간이 갈수록 아무리 예방법이 좋다고 해도 신종플루감염자는 늘어만 갔고 사망자도 많지는 않았으나 어린아이나 병든이를 중심으로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학교는 때때로 신종플루 감염자가 나올때마다 휴교령을 내렸고 사립학교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일찍끝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신종플루에 감염이 되더라도 곧바로 죽음으로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는걸 알아차렸을때부터는 사람들이 서서히 조금이나마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곤 곧 여름이 다가왔고 거의 3개월 동안 긴 방학을 하는 미국학교의 특성상 오랜시간동안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급격히 퍼지는 신종플루로 부터 벗어날수있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후부터는 신종플루의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며 감염이 되더라도 알맞는 처방과 휴식이 따른다면 건강한 성인들은 바이러스를 떨쳐낼수있다는 뉴스보도가 알려진후로는 사람들이 안심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름에서 쌀쌀한 가을로, 가을에서 더욱더 추워지는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가 다가오자 개학을 한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지 않을려는 부모들이 많아졌고 학교들은 그에 따른 감염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결석조치를 취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저번주 주말에 난 신문기사)


현재 미국 곳곳에서 신종플루에 대한 백신이 공급되고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신종플루가 건강한 성인들에게는 큰 피해를 주지않는다고 해도 바이러스를 몸속에 갖고싶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이 신문보도에 따르면 일단 뉴져지에 도착하는 신종플루 백신은 비강분무 형태(위에 사진처럼 코에 뿌린다)로 임산부를 제외한 2살에서 49세 사이에 건강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에 나설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백신이 공급됐다고 해도 보건전문가들에 따르면 학부모들 중 3분의 2 가량이 백신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거나 자녀들이 예방접종되는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계절성 독감이 코앞에 다가온 현재, 필자가 걱정하는것은 따로있다. 흔히 돼지독감이라고 불리우는 신종플루는 H1N1 바이러스이다. 물론 현재로써는 이 바이러스 혼자로는 건장한 사람을 쉽게 죽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흔히 알고있는 조류독감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전염은 안되지만 만약에라도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게되면 건장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수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돼지독감(신종플루)의 정확한 이름은 H1N1 바이러스이고 조류독감의 이름은 H5N1 바이러스이다. H1N1 하고 H5N1. 이름이 비슷하다. 이 바이러스들이 이런 이상한 이름을 갖게되는 이유가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바이러스들은 세포에 침투할때 단단하게 보안되있는 세포에 그냥 들어갈수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H1N1 바이러스는 한 세포조직에 침투할때 H1이라는 열쇠를 쓴다. 그리곤 그 세포조직을 이용해서 그 세포 속에서 더욱더 많은 바이러스들을 생성한다. 하지만 세포속에서 생성된 바이러스들은 다른 주변에 세포들을 감염시키기위해 혼자힘으로 세포를 벗어날수는 없다. 그래서 N1 이라는 드릴로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종합하자면 H1이라는 열쇠를 가지고 세포를 침범한뒤 그 세포를 이용해서 더많은 바이러스들을 생산하고 N1이라는 드릴로 돌파구를 만들어 빠져나간뒤 주변에 더많은 세포들을 똑같은 식으로 공격해 나아가는것이다. 그러는 동안 건강한 세포들은 죽어나가고 바이러스들만이 온몸을 지배하는것이다.

상상해보아라. 인체에 거의 많은 피해를 주진 않지만 사람에서 사람에게 쉽게 전염 가능한 H1N1 돼지독감과 인체에 치명적이지만 사람사이에 전염이 거의 불가능했던 H5N1 조류독감이 만나는 그날을. 설사 그 두 바이러스가 만나지 않더라도 돼지독감 자체가 인체를 많이 돌아다니고 전염시킨다면 혼자 스스로도 언제든지 조류독감과 맞먹는 치명적인 증상을 안겨주는 바이러스로 돌변할수도 있다.

필자는 학교에서 봤던 어떤 비디오에서 이런 비유를 쓰는것을 들었다. 어떤 치명적이지도 않고 인체에 아무런 해를 끼칠수없는 바이러스/박테리아가 인류를 파괴하는 공포의 바이러스/박테리아로 돌변하기까지의 확률은 한 원숭이가 키보드판을 랜덤으로 마구두둘기다가 아주 우연치않게 셰익스피어가 쓴 '햄릿'을 써내는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확률은 무척이나 적다. 원숭이 한명일때의 이야기다. 수억명의 원숭이때가 키보드를 두들긴다고 생각해보아라.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수가 많을수록 '햄릿'이 쓰여질 가능성은 높아져만 간다. 그리고 우리가 상대하는것은 원숭이가 아니라 바이러스/박테리아들이다. 그들은 상상을 초월할정도의 숫자로 늘어가고 이세계를 뒤덮고 있다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바이러스/박테리아 덩어리이다).

인류가 지구에 나타난지는 몇천년도 않되었다. 지구의 나이를 기점으로 보기에는 인류의 존재는 터무거니없이 짧다는것이다. 이번사태를 전세계가 침착하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인류가 앞으로 더 발전하며 나아갈수 있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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